홍콩거리가 녹색으로 물든 이유

홍콩과 관련된 색을 고르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분명 "빨간색"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홍콩 사람들에게 묻는다면? 바로 녹색!
"저는 이 색상을 잔디 녹색이라고 부릅니다, "라고 훌루 컬쳐 (Hulu Culture) 공동 설립자이며 홍콩 역사 전문가인 사이몬 고우 (Simon Go)는 말했다.
"창문, 시장 부스, 전차, 스타 페리호. 홍콩 도처의 모든 유명한 것은 다 녹색이에요."
우리는 1950년대 만들어진 금속 창틀을 가진 역사적 카페인 Mido Café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이 창틀 역시 녹색으로 페인트되어 있었다.

홍콩의 가장 오래된 시장 중 하나인 웰링턴 스트릿의 페인트 가게 주인에게서 같은 대답을 들었다.
"상인들이 페인트를 사려고 가게에 오는데, 다양한 명도의 녹색을 고릅니다," 신분을 밝히지 않은 주인이 말했다. "저는 이것이 정부 정책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식품 환경 위생국의 대변인에게 이메일을 보냈을 때 그녀는 정부가 시장 상인들에게 어떤 색상을 사용하라고 특별히 규정 지은 것은 없다고 대답했다.
"상인들이 지정된 자리에 부스를 만들려면 높이와 크기를 지정된 규격에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지정된 색상은 없습니다. 단지 전통적으로 녹색으로 칠하는 것 뿐입니다."
사실 이 이론은 상당히 그럴 듯하다. 하지만 계속해서 파고들었다.

"녹색은 지저분한 것을 잘 가려주기 때문에 상인들에게 인기가 있어요," 쇠고기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거츠래프 스트릿의 다이파동(노천 식당) 주인 램 킹윙 (Lam King-wing)이 말했다.
우연하게도 그의 다이파동은 최근 논쟁이 되었던 정부의 개보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다시 지어졌다. 전통적으로 녹색으로 칠하던 나무와 금속 재질의 벽은 스테인레스 스틸로 대체되었다.
건축 재료가 페인팅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시장의 부스 설치에는 대부분 연강(마일드 스틸)이 이용됩니다. 마일드 스틸은 스테인레스 스틸과 달리 쉽게 부식되므로 보호막, 페인트 코팅을 필요로 하죠," 건축가 다니엘 팻졸드(Daniel Patzold)씨는 말한다. "과거에는 그렇게 다양한 색상이 없었어요. 그 중 어떤 페인트는 사용하기 편하라고 특정한 화학성분이 들어가기도 했죠. 녹색이 아마 그런 페인트 색 중 하나였을겁니다."
2년 전 팻졸드와 그의 동료들 사이렌 존스톤 (Syren Johnstone) 과 킹슬리 너그 (Kingsley Ng)씨는 거츠래프 스트릿에서 10년이 넘어 낡은 시장 부스를 제거하고 새로운 부스를 세웠다. "훙박" (Hung Bak)이라고 불리는 이 오래된 부스는 공연 무대나 미술 전시실로 활용된다.

사실 홍콩에 녹색이 많이 사용되긴 하지만 모두 같은 색은 아니다. 시장의 한 거리만 보더라도 각각의 부스는 서로 다른 명도의 녹색, 즉 밝은 사과색 같은 녹색부터 어두운 잎갈나무 녹색까지, 대부분 다른 녹색으로 칠해져있다.
크림빛 녹색은 전통적으로 콘크리트나 실내 벽을 칠하는 데에 사용되었다.
어두은 녹색은 전철이나 페리호에 사용되고 광고에는 주로 사용되지 않는다. 총콩중문대학교 (Chinese University of Hong Kong)의 문화학과 교수인 오스카 호 (Oscar Ho)씨는, 카레이싱 경기에서 영국을 대표했던 색상인 "영국 레이싱 그린" (British Racing Green)이 20세기 초 인기를 끌었던 것과 관련성을 제기했다.
"영국 중상류 계층의 색상이죠," 그가 말했다. "그 외 다른 계층이 국제적 카레이싱에 참가할 수 있었겠어요? 이런 식으로 홍콩의 녹색 문제를 이해해보면, 진녹색은 영국 식민통치의 부산물입니다."
하지만 이것들 중 그 어떤 것도 딱히 결정적인 원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사이먼 고 씨를 다시 만났다. 그는 홍콩의 역사적 사진들이 담겨 있는 아이패드를 가지고 나타났다.

그가 설명하기를 2차 세계대전 이후 홍콩이 부흥했을 때는 몇 가지 색상의 페인트만이 제조되었다고 한다. 이는 오랜 전쟁으로 인한 물자 부족 때문이었다.
가장 일반적인 색상이었던 바닐라 하얀색, 캔디 빨간색 그리고 밝은 녹색이 주로 사용되었다. 현재 홍콩에서도 이러한 색상 조합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오래된 가게 간판, 전당포의 하얀, 빨간, 녹색의 네온사인등만 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녹색은 더러움이 쉽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인기를 끌었지만 다른 색상들은 문화적인 이유로 길거리에 흔히 사용되지 않았던 것. 예를 들면 파란색은 장례식, 빨간색은 축하연과 관련이 있어 그 용도에만 주로 사용되었다.

"녹색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가장 보편적인 색상이었습니다," 고 씨가 말했다. "없는 곳이 없었어요. 제가 어렸을 때 모든 사람들의 집에 똑같은 녹색이 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벽은 녹색으로 칠해졌고 바닥 타일은 녹색과 하얀색이었어요. 저는 부모님께 왜 그런지를 여쭤봤고 부모님은 이렇게 대답하셨어요. '다른 사람들 다 그런데, 우리라고 다를 이유가 있겠니?'"
고 씨는 또한 홍콩으로 이사 온 많은 중국인들이 떠나온 중국 본토의 농장을 그리워하는 마음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 할머니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내가 고향 꿈을 꿀 때에는 늘 녹색이 가득한 꿈을 꾼단다."
"할머니가 농장에서 살았다는 것을 저는 그제서야 처음 알았습니다."
녹색의 대중성은 1970년대에 시들기 시작했다. 그때는 홍콩이 점점 부유해지고 세련된 페인트 색상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던 때이다.
그러나 늘 그렇듯, 오랜 습관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파유엔 거리 시장의 일부가 지난 겨울 불에 타 버렸을때 상인들은 부스를 재건하면서 어김없이 습관적으로 녹색 페인트를 사용했다.
"제가 기억하건데, 정말 오래 전부터 녹색이었어요," 상인 한명이 말했다. "저도 이유를 잘은 모르겠지만, 마치 해가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지는 것처럼 당연히 여기는 것 같아요. 그냥 그게 익숙한거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