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하다고 좀 하지마!

시간에 맞춰 딱딱 속을 채워줘야 까칠한 본성이 드러나지 않는 저로서는 믿을 수 없었죠. 그래서 집요하게 물었어요. "그래도 밥은 먹어야죠."
"난 너무 뚱뚱해요," 그녀가 대답했습니다.
예? 자, 잠깐만요.
이 여자는 엄청나게 매력적이고 작고 날씬한데? "뚱뚱"이라는 단어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걸요.
그래서 전 농담으로 대답했죠. "그럼 난 고래로 보이겠네요.."
돌아온 건 싸늘한 침묵뿐이었습니다.
이 일로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됐어요.
1. 난 고래인가? 바다 코끼리 정도면 모를까...고래까지는 아니지 않을까? 내가 보통 아시아 여자들보다 몸집이 크긴 하지만 운동도 규칙적으로 하고 근육도 어느 정도 있고 사이즈 10인데 (한국의 66 사이즈)...
2. 왜 홍콩에 있는 수많은 친구들과 동료들은 자기가 얼마나 뚱뚱한지에 대해 끊임없이 말을 하는 것일까?
정신 차리세요
어느 나라 여자들이나 항상 몸무게로 불평을 하지만 홍콩은 특히 더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오늘 아침 출근길에 늘씬한 허리에 엉덩이는 남자 엉덩이만한데 가슴은 큰 여자들이 단기간에 몸무게를 줄여준다는 광고 포스터를 한 16개는 봤어요. 여기 홍콩에서도 다이어트 센터, 다이어트 약, 그리고 성형 수술이 광고판을 장악했습니다.
건강하고 바른 라이프스타일을 광고하려는 목소리는 단 하나뿐, 헬스장 광고였죠. 그것도 포토샵으로 손을 본 섹시한 여자들 사이에서 거의 눈에 띄지도 않더군요.
이 여자들이 "이상적"이라거나 "정상"이라고 믿는 기준에 대해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본인의 몸에 대해 굉장한 실망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곧 섭식 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실제로 홍콩에서 섭식 장애는 지난 20년 동안 두 배로 늘었다고 합니다.
홍콩섭식장애협회 (Hong Kong Eating Disorder Association)의 임상 심리학자인 필리파 유 (Philippa Yu)는 연구 결과 홍콩 여성의 최소 40퍼센트는 자기 몸에 불만을 갖고 있으며, "말라야 한다는 문화적인 압박"에 시달린다고 대답했다고 밝혔어요.

실명 밝히기를 거부한 셰런 (Sharron)이라는 29살의 한 여성은 신경성 과식증에서 회복 중입니다. 섭식 장애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그녀는 다이어트 약을 먹고 하루에 최고 3시간 동안이나 심한 운동을 했다고 해요.
드레싱을 뿌리지 않은 샐러드와 사과만 먹고 살았다고 합니다.
"전에 미국에서 공부를 했는데 홍콩에 돌아오기 전까지는 제 몸에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그녀가 말했습니다.
"모든 동료들이 다이어트 중이었죠. 삐쩍 말랐는데도요. 난 이게 정상적인 여자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언론과 잡지는 삐쩍 마른 모델들만 보여 주고...제게 영향을 주었죠. 모든 옷 가게들은 정말 작은 사이즈만 갖다놓았구요. '마른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홍콩중문대학교의 정신의학과 교수인 싱 리 박사(Dr. Sing Lee)의 말에 따르면, "마른 것이 아름답다"라는 생각은 비현실적이고 우리의 자존심에 해롭다고 합니다.
"광고에 나오는 모델들은 날씬하고, 큰 키에 그리고 상당히 큰 가슴이라는 실제로는 불가능한 조합을 갖고 있습니다. 이게 기준이 되어버리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을 이룰 수는 없죠."
저도 그 기분을 압니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을 압박하지만 남성들은 전반적으로 여자는 꼭 날씬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의문이 생겼습니다. 우리 여자들은 자신들한테 왜 이러는 걸까요?
켈리(KELY)는 홍콩의 젊은이들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을 돕는 자선 단체입니다. 단체의 대표인 충 탕 (Chung Tang)은 이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따르기보다는 "우리 자신을 믿고 언론이 만든 기준을 따르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언론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성 (sex)을 강조해야 잘 팔리니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더 현실적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전 대부분의 아시아 여자들처럼 작아지지는 않겠죠. 그렇다고케이트 모스, 지젤 번천, 두 쥬안처럼 보일 일도 없을 거예요.
전 가슴이 납작하고 엉덩이가 둥글지만 보기 좋고 건강합니다. 우리의 생각을 날씬함에서 건강함으로 옮겨갈 수는 없을까요?
그리고 제발 이제 뚱뚱하다는 소리 좀 그만하세요. 지겹지도 않으세요?
닥터 필(Dr. Phil, 미국의 유명 심리학자)이 필요한 순간

낮 시간 TV 토크쇼 스타일로 제가 인터뷰에서 모아 놓은 지혜의 말 몇 가지를 소개해드릴게요.
"자신이 이룬 것을 보세요. 신체적인 기준만 신경 쓰지 마시고." -중문 대학교의 정신 의학과 교수인 싱 리 박사.
"완벽주의자가 되려는 태도를 바꾸고, 자신을 사랑하는 여유를 가져보세요." -홍콩섭식장애협회의 필리파 유.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좀 더 많은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외모가 전부는 아니에요." -신경성 과식증에서 회복 중인 셰런
"자기만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을 세우세요. 언제나 자아를 긍정적으로 보고 자존심, 자부심을 갖고 남에게 보이고 싶은 자기 모습을 긍정적으로 그려보세요." -켈리(KELY) 단체장 충 탕(Chung Tang).
"패션 잡지를 보지 마십시오. 자기가 못생겼다는 생각만 드니까." -바즈 루어만(Baz Luhrmann). (이 사람과 인터뷰를 하진 않았지만 맞는 말이죠).




